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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맹신도를 공격하다 - 34번째 이야기

Category : 동아시아/인문교양
Reg Date : 2008/07/15 16:29

굿바이 클래식/조우석 지음/동아시아 펴냄/312쪽/15,000원

‘굿바이 클래식’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다. 표지에 “클래식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유쾌한 반란”이란 설명이 적혀 있는 이 책은 철 지난 지 오래인 클래식이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정치권력, 마음의 권력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내가 불편했던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저자의 글이 처음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감정 표출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평집 ‘책의 제국, 책의 언어’를 통해 저자가 해박하며 문화의 다양한 면을 꿰뚫을 뿐 아니라, 대단한 인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도 철학을 전공한 이력과 생물학, 인류학, 사회학, 음악학, 경제학, 종교, 미술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한 저자의 내력이 드러난다. ‘클래식의 죽음’이란 주제로 이만큼 다양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저자의 ‘구라’적 글쓰기가 놀랍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끌어들이는 학자와 주변사람들의 사례가 너무 주관적이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왜, 지나치게 현란하고 공격적인 문장을 보면 일단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가.

저자는 1960년대 이후 클래식에 맛을 들인 광팬이었다. 그러다 6년여 전부터 재즈가 귀에 들어왔다고 한다. 우연히 유럽 재즈를 대표하는 엔리코 라바의 트럼펫 소리를 들은 뒤 아찔하고 몽환적이고 섹시한 무언가를 경험하고는 번개 맞은 듯 감전된다. 지금까지 하루 한 장꼴로 모은 재즈 음반만 2000장이 넘는다. 클래식에서 재즈로의 개종은 저자가 화이트 콤플렉스(백색 공포증 혹은 클래식 중심주의)를 벗는 계기가 됐다. 그 계기는 저자에게 사회문화사적 차원에서 음악을 재해석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 책은 클래식에 빠져 있던 맹신도가 이교도가 되어 자신의 신앙을 공격한 책이다.

저자는 클래식의 본산지인 서구사회조차 ‘세상의 모든 음악은 클래식을 중심으로 돈다’는 클래식 천동설을 자체적으로 폐기하고, 클래식 역시 세상 모든 음악의 하나인 종족음악에 불과하다는 음악 지동설로 바뀌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땅에는 여전히 ‘클래식 울렁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클래식의 가장 큰 문제는 연주자 따로, 감상자 따로의 칸막이 음악이라는 점이다. 대중에게 객석에 쭈그리고 앉아 듣기만 하는 수동적 역할을 요구하는 음악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클래식밖에 없다. 외양적으로 정교해 보이지만 뻔한 이디엄의 반복, 작곡가와 악보 중심주의라는 독재, 음악사에 둘도 없는 연주자의 종속적 위치 전락, 단조로운 형식미의 되풀이로 가득 찬 클래식은 처음부터 차곡차곡 전통이 세워져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니라, 후대의 요구에 따라 전면적으로 재구성된 가공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저자는 입증해 보인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영웅신화는 조작된 것이며, ‘음악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바흐는 사후 80년이 지나 멘델스존에 의해 발탁된 ‘얼굴마담’이라는 주장은 클래식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저자는 이제 클래식은 표준음악이라는 공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줌밖에 안 되는 클래식의 밑천을 늘려주기 위한 상업주의 마케팅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옛 시대의 음악은 그 시절 작곡가들이 염두에 뒀던 악기는 물론 연주 방식도 그대로 재현해야 옳다”는 정격음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역주행은 클래식의 외연을 넓히거나 갱신했다기보다는 자폐적인 클래식이 도달한 막다른 골목이라고 본다.

저자는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파 음악을 당시 연주법으로 재현해온 호르디 사발의 ‘정격음악 이상의 정격음악’을 하나의 대안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저자가 내세우는 진정한 대안은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음악과 민속음악을 컨템퍼러리화한, 즉 그들을 부모로 두고 태어난 자식들인 월드뮤직이다. 그 실천자로 임동창과 노리단을 제시한다. 서양 클래식, 국악, 대중음악 등 거의 모든 음악을 흡수 소화하고 배출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로 수렴하는 정악의 현대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임동창은 충남 서천의 ‘해방구’에서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진짜 음악을 할 수 있는 텃밭인 나를 제대로 파악해야 음악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체험을 제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대안학교이자 놀이터인 하자센터의 노리단은 제도권 학교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삶과 음악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얼마 전 파주의 심학산 정자에서 10여 명의 지인과 남녀 소리꾼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음치인 내가 어느 순간 소리에 몰입돼 저절로 입이 떨어지고 장단을 함께 넘으며 참가자 모두와 덩실덩실 춤까지 추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고 나니 1년치 스트레스가 확 풀린 느낌이었다. 이런 음악 즐기기가 저자가 말하는 최상의 대안이라는 것을 책장을 덮으면서 절감했다.

그리고 잠시나마 저자에게 품었던 의구심으로 몸 둘 바를 몰랐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2008/07/15 16:29 2008/07/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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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 26번째 이야기

Category : 동아시아/인문교양
Reg Date : 2008/05/08 11:15


 

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카이에 소바주-2>

나카자와 신이치 저/김옥희 역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책소개

일본의 유명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에서 발행 중인 '카이에 소바주(Cahier Sauvage:야생적 사고의 산책)' 시리즈 중 첫 번째 권이다. 이 시리즈는 신세대에게 교양인문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80년대 뉴아카데미즘의 기수로 등장한 나카자와 신이치 교수의 대학 강의를 기록한 것이다. 총 다섯 권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동아시아 출판사에 모두 출간할 예정이다.

두번째 권 『곰에서 왕으로』에서는 국가라는 야만적인 권력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신화 시대에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존중하고 호혜성의 관계를 지키며 공존했다. 인간과 동물이 결혼을 하기도 하고, 곰은 언제나 자신의 가죽만 벗으면 인간으로 변할 수 있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생명체와 영혼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상호간의 자유로운 교류와 소통이 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인류의 ‘마음’에서는 모든 사고가 이원성(binary)을 토대로 이루어졌으며, 모든 것은 ‘대칭성’을 실현하도록 세심한 조정이 이루어졌다. 거기에는 ‘국가’가 없었다. 국가 출현의 계기가 된 것은 대칭성을 파괴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식에 일어난 일련의 변화였다. 이와 함께 ‘국가’ ‘야만’ ‘문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탄생하였다.

나카자와 신이치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나아가 그로 인한 인류의 모순과 거짓된 이중성 바로 그것이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문명’과 ‘야만’의 비대칭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오늘의 현안 앞에서 나카자와 신이치 교수의 이번 책은 더욱 그 가치를 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카자와류의 정신활동을 ‘마음의 고고학’, 혹은 ‘정신의 고고학’이라 칭하는 것은 매우 적적할 수사라 생각한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역자 : 김옥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오차노미즈 여자대학에서 일본문학 및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체육대학 교양 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도마뱀』『상하이』『깨어나라고 인어는 노래한다』『공주님』『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등이 있다.


저자 : 나카자와 신이치 (中澤新一) 

지은이 나카자와 신이치(中澤新一) 교수는 일본 현대 지성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종교학자이다. 학문적 역량과 함께 전문적 주제의 무게와 깊이를 쉽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탁월한 인문학 저술가로서도 유명하다.


1950년 야마나시(山梨)현에서 태어나 도쿄(東京)대학 종교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 1979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티베트 승려 케쓴 삼보를 만나,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3년간 닝마파 전승 밀교의 연구와 수행을 했다.

1982년 일본으로 돌아와 도쿄외국어대학 아시아 아프리카 언어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1983년 32세에 저서 『티베트와 모차르트』가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인문학의 차세대 사상가로 혜성처럼 떠올랐다. 이후 일본 출판계가 함께 일하기를 소망하는 일본 제일의 인문학자로 불리며, 주오(中央)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티베트와 모차르트』 세리카 書房, 1983. 산토리 學藝賞. 『무지개의 논리』 新潮社, 1987. 『악당적 사고』 平凡社, 1988. 『숲의 바로크』 세리카 書房, 1992. 讀賣文學賞. 『철학의 동북』 靑土社, 1995. 齊藤綠雨賞. 『필로소피아 자포니카』 集英社, 2001. 伊藤整文學賞. 『인류 최고의 철학』(카이에 소바주 1) 講談社, 2001. 『곰, 왕이 되다』 (카이에 소바주 2) 講談社, 2002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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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카이에 소바주에 대해서

서장 뉴욕에서 베링 해협으로

제1장 잃어버린 대칭성을 찾아서

제2장 태초에 신은 곰이었다

제3장 '대칭성의 인류학' 입문

제4장 해안의 결투

제5장 왕이 되지 않은 수장

제6장 환태평양의 신화학으로 1

제7장 환태평양의 신화학으로 2

제8장 '식인'으로서의 왕

종장 '야생의 사고'로서의 불교

보론 곰을 주제로 한 변주곡


역자 후기 '문명'과 '야만'으로의 새로운 접근

2008/05/08 11:15 2008/05/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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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거 문화사 : 중국 인문주의 형성의 역사 - 23번째 이야기

Category : 동아시아/인문교양
Reg Date : 2008/05/08 10:50


 

중국 과거 문화사 : 중국 인문주의 형성의 역사 

진정 저/김효민 역 | 동아시아 | 2003년 08월 


책소개

오천년 중국 지식인의 정신사를 관통하는 과거제도와 인문주의적 전통 그리고 중국 지식인의 정신사와 사회문화적 변화의 역동성을 담고 있는 책. 전제적 황권 중심의 관료제라는 중국의 정치적 특징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文’이라고 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국에서 중요한 것이 되었는지, 또 당시(唐詩)·당송 고문·원곡(元曲)·명청 소설 등의 발전이 과연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하고, 급제에 매달렸던 지식인들의 조급하고 병적인 심리나 사상적 식민화의 문제, 정신적 타락, 실패를 거듭한 환사의 절망과 일탈 등 중국 지식인들의 내면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사상적인 측면에서는 한대의 금·고문경학에서부터 당송의 유학부흥운동, 송대 이학, 청대 고증학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펼쳐 보이며, 그것이 과거제도의 변천과 어떤 함수관계를 맺고 있는지 밝히고 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진정(金諍) 

1951년 중국 쓰촨성(四川省) 충칭(重慶)에서 태어나, 쓰촨 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01년 12월 병환으로 타계하였다. 저서로는 본서인『科擧制度與中國文化』외에 『宋詞綜論?,『中國文學(宋金元卷)』,『文化長廊―重返歷史風雲』등이 있다.


역자 : 김효민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중문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중국 베이징 대학 동방학과에서 초빙교수를 지낸 바 있으며, 현재 베이징 대학 중문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논문으로「한중 지식인 사회와 윤리―과거제도와 관련하여」,「明淸小說評點與科擧文化」,「儒林外史結構新解」등 다수가 있다.


목차/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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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과거문화의 전사

1. 과거제도의 연원

2. 과거제도의 사회?문화적 배경

3. 진 왕조의 교훈과 한대의 찰거제도

4. 유학의 독존과 금?고문경학

5. 찰거의 폐단

6. 조조의 인재선발과 구품중정제

7. 한문 출신과 세족 출신

8. 세족 중심 사회에서의 현학과 문학의 발전

9. 세족의 쇠퇴와 시험의 강화

10. 과거제도는 수대에 시작되지 않았다


제2장 당대의 과거문화

1. 당대 과거제도의 생도와 향공

2. 각종 시험과목들

3. 진사와 시부

4. 성시와 피휘, 그리고 합격자 발표

5. 신언서판―이부의 전시

6. 진사 급제자의 축하연

7. 시의 황금시대―과거제도와 당시

8. 통방과 행권

9. 당대의 제과

10. 세족과 서족의 과거 투쟁

11. 중당 과거제도의 발전

12. “천하의 영웅들이 내 올가미에 걸려들었다”

13. 황소와 과거제도, 그리고 당의 멸망


제3장 송대의 과거문화

1. 북송의 과거제도 개혁

2. 문관정치의 확립

3. 문관정치와 송대 사회

4. 경력 과거 개혁과 유학의 부흥

5. 왕안석의 과거제도 개혁과 사상의 지배

6. 신구 당쟁과 과거제도

7. 지역분배 논쟁과 또 다른 개혁 방안들

8. 송대의 제과

9. 과거와 북송 고문운동

10. 송시의 의론화와 송사의 서정화

11. 북송 문화의 정신

12. 송대 과거제도의 병폐

13. 과거제도와 지식인의 정신적 타락


제4장 원대의 과거문화

1. 원대 초?중기의 인재등용

2. 민족차별과 서리정치

3. 과거제도의 부활과 또 한번의 폐지

4. 지식인의 몰락과 관치의 부패상

5. 과거제도에서의 정주이학의 독존적 지위 확립

6. 시문의 쇠퇴와 희곡, 소설의 흥성


제5장 명청대의 과거문화

1. 명청 과거시험의 5단계

2. 정원의 지역별 분배 문제

3. 전제정치하의 교육

4. 팔고문 1

5. 팔고문 2

6. 청초 팔고문 존폐에 관한 논쟁과 시첩시

7. 전시의 심사 기준

8. 참혹한 과장안

9. 과거시험과 문자옥

10. 지식인의 노예화

11. 중국 문화의 낙후

12. 소설 속의 과거제도

13. 서세동점과 과거제의 폐지

14. 신교육, 신문화, 신지식인

15. 민국의 문관시험과 한국, 베트남에서의 과거제도


책속으로 

과거제도는 비록 당태종의 말처럼, 천하의 영웅들을 황제의 올가미에 걸려들게 했지만, 그와 동시에 실의한 많은 ‘영웅’들을 만들어내 자신의 대립면을 형성하였다. 안사의 난 이후 형성된 번진 할거의 국면은 당 왕조 멸망의 화근이 되었다. 번진 세력은 과장(科場)에서 실패한 사인들과 급제하고도 관직을 얻지 못한 진사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여 그들에게 문직, 심지어 무직을 위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왕선지(王仙芝)와 황소(黃巢)를 우두머리로 한 반란이 일어난다. 왕선지와 황소는 모두 진사과에 누차 낙방한 자들이었는데, 황소는 새로 합격한 진사들이 곡강 기슭의 백화만발한 곳에서 득의양양해 하는 장면을 목도하고 살을 도려내는 듯한 실의의 아픔을 품고 「부제후부국(不第後賦菊)」이라는 시를 쓴 바 있다.


추구월 초파일이 오길 기다려

내 꽃 핀 후에 백화를 죽이리

하늘을 찌르는 향기로운 진영을 장안에 침투시켜

온 성안을 황금 갑옷으로 두르리라


그는 반란 후에 조정과 몇 차례 교섭을 하면서 관직을 요구하여, 낙제 사인의 반란 동기를 노출하였다. 황소는 광주를 함락시키고 격문을 선포하여 조정의 죄과를 낱낱이 열거하였는데, 과거제도가 불공정하고 “추천과 선발 과정에서 인재를 잃는다”는 것이 그중 중요한 항목이었다. 황소의 난은 결국 희종 중화(中和) 4년(884)에 실패로 끝났지만, 당 왕조 역시 사실상 붕괴되었다.--- p.147~148


출판사 리뷰 

과거제도 속에 숨은 근대성, ‘세계 최초의 문벌 관료 계층’을 탄생케 했던 과거제도는 유구한 중국 역사의 커다란 버팀목이었다.

유방(劉邦)이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자찬할 때, 유생 육가(陸賈)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어찌 말 위에서 그것을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라며 그를 일깨운 바 있다. 이 명구는 역사상 처음으로 문관치국(文官治國)의 원칙을 천명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중세 유럽의 봉건 사회에서는 귀족은 항상 귀족이고, 평민은 늘 평민이었으며, 하층민이 상층에 오를 수 있는 합법적 경로는 거의 전무했다. 그래서 일찍이 중국에 왔던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와 같은 서구인들은 한결같이 중국의 과거제도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면서, 출신이나 재산, 지위, 명망 등의 조건을 막론하고 오직 개인의 학식만으로 평등한 시험을 통해 정부의 공직을 놓고 경쟁하는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서구 사회의 모순을 지적했던 볼테르, 디드로, 몽테스키외와 같은 18세기의 계몽사상가들은 중국 문화를 열심히 연구함으로써 개혁의 가능성을 찾으려 하였다.


평등한 경쟁, 교육에 대한 중시, 지식 문화에 대한 숭상과 귀족적 편향에 대한 반대, 정치 조직의 완비 등은 모두 과거제도가 근대 사회적 가치에 근접한 것이었다. 또한 문관선발을 위해 생겨난 시험제도는 세계 문화에 대한 중국 문화의 일대 공헌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세계 각 국의 문관 시험제도의 원류를 따져보면 중국 과거제도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문벌 관료 계층을 탄생케 했던 과거제도는 유구한 중국 역사의 커다란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2008/05/08 10:50 2008/05/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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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을 언어학교 : 영화보다 재밌는 언어학 강의 - 20번째 이야기

Category : 동아시아/인문교양
Reg Date : 2008/05/08 10:32


 

영화마을 언어학교 : 영화보다 재밌는 언어학 강의 

강범모 저 | 동아시아 | 2003년 04월 

책소개

언어학은 쉽게 독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의 학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언어학은 어렵고 고답적인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변화시킨다. 『영화마을 언어학교』는 사람들의 일상에 이미 깊숙이 침투한 문화적 코드인 영화를 통해, 대중들이 어렵고 따분하다고 생각해온 언어학에 대한 여러 겹의 장막 중의 하나를 걷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책은 70여 편의 영화를 다루면서 쉽게 언어학의 개념들을 풀어간다. 언어학자는 「슬리피 할로우」의 머리 없는 기사가 사람들의 목을 베는 장면에서 음성기관의 모습을 상상하고, 「쥬라기 공원 3」에 등장하는 의사소통을 하는 공룡들의 모습에서 동물과는 다른 인간 언어의 창조성을 떠올린다. 「텔미 썸딩」의 영화 제목에 나타나는 '썸딩'에서 출발하여 외래어 표기의 문제를 살펴보고, 「그대 안의 블루」에서 우울함을 나타내는 '블루'와 희망을 표현하는 우리말의 '파랑'과 '푸르름'을 비교한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젓가락'과 '숟가락'의 받침에 대해 토론하는 주인공들의 의문을 풀어주고, 「반지의 제왕」에서는 톨킨이 만든 엘프족의 언어와 문자에 대해 살펴본다. 「스타워즈」의 외계인의 언어를 비롯하여 「스타트렉」의 클링곤 등 인공언어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언어학자의 기발한 상상이 엮어내는 파노라마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이 책 각 장 말미의 <언어학 전망대>라는 코너에서는 그 장에서 다룬 언어학 주제들을 개괄하고 최근까지의 연구현황을 정리해주고 있으며, 좀더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언어학 관련 주요 저서와 인터넷 사이트를 제시해 놓았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영화별, 언어학 주제별로 <찾아보기>를 두어 본문에서 다룬 영화와 언어학의 관련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래해볼 수 있게 배려하였다. 깊이있는 내용과 언어학의 넓은 분야를 고루 담고 있는 이 책은 언어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강범모 

인천에서 태어나 제물포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1977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 입학하여 언어학 개론을 수강한 후 언어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하고 1978년부터 20여 년간 언어학을 공부를 하였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의 브라운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였고 1992년부터 고려대학교 언어학과에 재직 중이다. 1998년에는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초청 방문학자로 연구하였다. 그동안 주로 언어학의 의미론과 전산(컴퓨터)언어학 분야에서 연구를 해오면서, 공저·번역을 합하여 십여 권의 책을 썼다. 현재 한국언어정보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책속으로

목차보기 

머리말

1장 영화 속의 언어, 언어 속의 영화

2장 영화, 세계의 언어의 언어를 여행하다

3장 컴퓨터, 외계인 그리고 언어

4장 음성학의 힘

5장 '젓가락'과 '숟가락'의 받침, 그 비밀을 밝히다

6장 언어의 의미와 영화, 그 사이

7장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8장 당신의 우리말 실력은? 반지와 가락지의 차이

9장 번역의 탈출

10장 썸딩에서 고딩까지

찾아보기


책속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색조인 파랑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blue'에는 '우울함'과 '비관'의 뜻이 있다. 사랑을 거짓으로 규정하는 영화의 현실세계는 바로 이러한 비관적인 우울함이다. 우리말에서 같은 색조를 나타내는 '푸르다, 파랗다, 퍼렇다'에는 비관과 우울함은 없고 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푸르다'가 색깔을 직접 가리키지 않고 은유적으로 쓰일 경우에는 영어의 'blue'와는 달리 긍정적인 뜻이 많다. 젊음과 생기가 왕성함을 나타내기도 하고('푸른 시절'), 희망이 크고 아름다움을 나타내기도 한다('푸른 꿈'). 또 세력이 당당함('푸른 양반'), 혹은 공기가 맑고 신선함('푸른 공기')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그대 안의 블루' 대신 '그대 안의 푸름' 또는 '그대 안의 푸르름'이 영화의 제목으로 쓰일 수 없다.--- p.211


다음과 같은 한국어에 해당하는 것을 공룡 자신들의 언어로 전달했을 리는 없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인간은 어제 우리가 잡으려고 하다가 실패한 것이니까 만일 지금 다시 놓치면 우리 공룡의 자존심에 막대한 해가 갈 것이 자명하므로 같이 합심하여 이 괘씸한 인간을 반드시 잡아서 죽인 다음, 각자가 이번 인간사냥에서 기여한 정도에 따라 인간의 신체 부위를 적절히 나누는 것이 우리 공룡 사회의 평화와 복지를 위해 좋은 일이고 장차 우리 공룡 자손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 자명함을 믿어 의심치 않고 한 점 의혹도 없으니 따라서 내 말을 들어 주실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 우리말 문장을 전에 들어본 독자는 없을 것이지만,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창조적인 인간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p.18


수정은 거짓말을 하는 교활한 여자가 아니다. 그녀가 "이런 키스 처음이에요"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솔직했지만 한편으로 처음 쪽에 더 강조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보석은 좀더 적극적으로 그 말을 지각 혹은 인식했다. 또는 인식의 다음 단계에서 기억이 혼돈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기억을 변환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말을 듣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을 때 그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언어를 본능적으로 사용한다. 언어에 편만한 모호성(vagueness)과 중의성(ambiguity)이 그러한 것을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만들어 준다. 수정은 사실만을 말했지만 사실 모두를 말하지는 않았다. 세상의 사실 모두를 말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니까 수정을 탓할 일이 아니다. 언어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런 키스'의 '이런'은 무슨 뜻인가? 뺨이나 이마가 아닌 입술에 하는 키스? 입술을 오랫동안 대는 키스? 하는 동안 기분이 좋아지는 키스?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면서 하는 키스? 역시 모호하다.--- p.178

2008/05/08 10:32 2008/05/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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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피어싱 : 조희진의 우리옷 문화읽기 - 19번째 이야기

Category : 동아시아/인문교양
Reg Date : 2008/05/08 10:27


 선비와 피어싱 : 조희진의 우리옷 문화읽기  

조희진 저 | 동아시아 | 2003년 03월

책소개 

옷 속에 담긴 다양한 문화적 스펙트럼을 해석하는 흥미 있는 대중 교양서. 이 책은 우리 선조들의 옷을 통해서 그들이 살았던 당시의 사회상과 문화를 읽어내고 있다. 옷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는 적절한 코드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복식연구는 일부 전문가들의 눈높이에만 맞추어져 있었으며 철저하게 학술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왕실과 상류계급의 복식연구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역사에 대한 통찰이라는 강력한 힘을 갖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책은 복식연구라는 학술적 성격에서 벗어나 복식에 묻어 있는 다양한 문화적 스펙트럼을 해석하는 흥미 있는 대중 교양서이다. 따라서 그 소재 또한 일반 민중들의 의복과 장신구, 그리고 개짐(생리대)과 허리띠(가슴띠) 등 여성의 은밀한 것에까지 걸쳐 있다. 이와 같은 차별 없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저자는 우리 민족과 문화를 해석하고 있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조희진 

복식문화(服飾文化)를 공부하는 지은이 조희진은 1975년 경기도 동두천에서 태어났다. 안동에서 성장하여, 안동대학교 의류학과와 같은 대학원 민속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연구원을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계간지 《디새집》의 ‘알쭌알쭌한 우리 옷 이야기’라는 연재와 Daum의 ‘알수록 재미있는 복식문화 이야기’라는 칼럼으로 이미 우리 복식문화의 촉망받는 신세대 이야기꾼으로 알려져 있다. 이야기꾼으로서 그의 신세대적 감수성은, 탄생의 배내옷과 죽음의 수의, 노동의 몸뻬와 화려한 비녀, 여성의 생리대 개짐과 피어싱을 한 선비의 모습까지 매우 대담한 시선과 변화무쌍한 해석을 자랑한다.

2002년 화제가 되었던 ‘파평 윤씨 모자 미라’의 발굴 및 시신 수습과 소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함, 실제 출토복식(出土服飾) 연구의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한 몇 안 되는 젊은 연구자인 그는 우리문화의 과거와 현재의 중계자로서, 우리 옷에 감추어진 역사와 문화의 소중한 파편을 오늘도 촘촘하게 엮어가고 있다.


목차/책속으로 

목차보기 


머리말

1. 개짐

규방 한쪽 은밀한 곳에 개짐이 있었더니라

2. 살창고쟁이

눈먼 체면보다 실속을 택하리니

3. 저고리

요즘 유행하는 저고리, 입어 봤수?

4. 허리띠

허리띠, 비록 그 속에 곰팡이가 필지라도

5. 빨래

수많은 방망이 소리는 온 시내를 부술 듯하네

6. 흰색

백의민족, 흰옷 입기를 금지당하다

7. 상복

슬픔을 표현하는 데에도 차등이 있으니

8. 귀고리

젊은 사내들이 귀를 뚫고

9. 가체

집 열 채를 머리에 이고

10. 첫돌

첫돌에 새 옷을 입히고 앞날을 축원하며

11. 비녀

용(用)과 미(美), 그 아름다운 조화의 산물

12. 길쌈

삼 모시 잡고 실 골무 다스리며

13. 몸뻬

여성과 일 사이에 몸뻬가 있었다

14. 수의

먼 길 떠나며 입는 마지막 옷

15. 출토복식

시간의 벽을 넘어온 선물

참고 문헌

감사의 말


책속으로

이덕무(李德懋)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한 부잣집에 며느리가 있었는데 그 나이가 겨우 13세였다. 그는 다리를 얼마나 높고 무겁게 하였던지 시아버지가 방으로 들어오므로 갑자기 일어서다가 다리에 눌려서 그만 목뼈가 부러졌다. 이렇듯 사치가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아아! 슬프다”라는 탄식의 말로 끝을 맺고 있다.--- p.172


젊은 남자 가수들이 등장한 화면을 모니터링하며 검열의 시선을 떼지 않았을 그들에게 “남성이 귀고리 하는 풍습은 조선시대까지도 있었던 것이었소”라고 말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남성이 귀고리 하는 풍습이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먼저 신라시대 고분에서 발굴된 귀고리를 보여줘야겠다. 굵기에 따라 세환과 태환으로 구분되는 신라시대의 귀고리는 남녀의 무덤을 불문하고 흔히 발굴되는 유물이다.--- p.152


우리에게 흔히 개화기의 모습이라고 소개되는 몇몇 사진들을 보면 한 가지 특징적인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천연덕스럽게 젖가슴을 드러내고 사진을 찍은 여인네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없이 사진기 앞에 서있다. 짧은 저고리 아래, 동여맨 치마말기 위로 버젓이 드러난 젖가슴은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수줍음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사진이 이것 하나뿐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참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슴을 가릴 수 있는 허리띠까지 있었는데 훤한 대낮에 젖가슴을 노출하다니, 여성들의 몸가짐에 대한 암묵적 규율은 모두 거짓말이었던 것일까?--- p.71


출판사 리뷰 

옷은 문화를 읽는 날개입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옷은 분명 ‘문화를 읽는’ 날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옷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시켜 주는 인간만의 것이다. 첫울음을 토해내는 순간 입는 배내옷에서 세상과 마지막 이별을 고할 때 입는 수의까지 옷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의 생활과 밀착된 것인 만큼 옷을 통한 문화와 역사 읽기는 강한 힘을